최근에 들어 각광을 받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사실 꽤 오래된 IT기술 위에서 만들어진 온고지신 형태의 혁신적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IBM이 1970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RDBMS (관계형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개발된 것이죠.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면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표를 사고 포인트를 적립할 때 주민번호나 전화번호 하나만 말해도 다른 관련 정보들이 줄줄이 나와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죠.
IBM이 개발한 데이터베이스 모델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큰 변화없이 유지되었는데, 블록체인이 당시로는 급진적인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 영역에 들어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새로운 침입자가 던지는 기본적인 화두는 “만약 데이터베이스가 그냥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네트워크처럼 움직인다면?”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과 모든 개체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유 가능한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면?”이었습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를 “비중앙화 혹은 분산”이라고 설명하죠. 그런데, 이 형태를 이용하면 지금까지 정답이라고 믿어지던 비즈니스 형태와 관습 – 사람들이 비지니스 형태를 할 때 누군가 중간자를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필요 없게 되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간단한 사례가 누구가 하게 되는 은행거래, 신용카드 이용, 온라인 상거래 그리고 공유경제모델로 불리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플랫폼 기반 비지니스 모델이 필요 없게 됩니다.
기존 세계 경제의 중심 모델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중간자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은행이 대표적이죠. 은행들은 중간자들은 금융 거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 저장하며 금융 거래를 원활하게 보장할 수 있는 대형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당연히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투입되고 이에 대한 비용은 궁극적으로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중간자 혹은 통제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블록체인을 금융 거래에 사용한다면, 은행 없이도 개인들이 직접 금융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죠. 불가능한 소리하지 말라고요..아닙니다. 일부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간단한 사례를 알아보죠. (아래 Ted강연에서 가져왔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돈을 벌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는 경우, 기존의 은행 시스템에서는 8~10%의 수수료를 내야하고 송금 기간도 4~5일이 소요됩니다. 노동자가 미국의 한 은행에서 입금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은행은 필리핀에 있는 수신은행과 연계된 있는 중계 은행에 재송금을 하고 이 은행이 중계를 해서 필리핀 은행에 송금을 하는 경우도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통하는 경우 (노동자의 가족들이 블록체인에 가입하지 않아도 가족이 사는 지역에 있는 블록체인 중개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는 2% 수준이고 송금도 1~2시간내에 가능합니다. 중간자로 역할을 하면서 비용을 빼가는 은행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인 것이죠.
그리고 2%의 수수료도 이미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서민들의 주머니로 흘러가게 됩니다.
조금 과장해서 생각해보면, 오늘날 많은 국가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불균형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도 가능성이 제공할 수 있는 혁명적 기술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아래 비디오를 참조 바랍니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건설적인 파괴를 하고 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블록체인이 기존 비지니스 모델들이 가지고 있던 비효율적 프로세스와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작동하는 사례 – 필리핀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 들이 하나 둘 증가하면서 블록체인의 영향과 그 범위도 크게 확대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